자료실

  • 학내규칙/관련법
    • 학내규칙
    • 관련법
  • 관련사이트
  • 관련자료
  • 뉴스레터

관련자료

자료실_관련자료 게시글의 상세 화면
꽃을 던지고 싶다 - 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
작성자 박선영 등록일 2014-02-06 조회수 4287
도서 - 꽃을 던지고 싶다 - 아동 성폭력 피해자로 산다는 것 
        너울 지음 / 르네상스 출판



발췌 - 꿈을 꾸고 난 후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관계가 깨어지는 고통, 일상을 살아내야 하는 어려움, 과거의 폭력이 되살아나는 아픔이 순식간에 내 삶을 삼켜버린 것이다.
 
내 인생에 가장 평온했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라고 한다면 나는 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 시기는 너무나 평온했지만 내 과거, 역사, 기억을 지우고 얻어낸 것이므로, 괴롭더라도 역사를 회복하는 앞으로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내 마음과 상관없이 내 몸은 4월을 기억해낸다. 나에게 일어났던 4월의 그 사건을 내 몸은 해마다 반복해서 재생해낸다.
 
나에게 일어난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도 알지 못할 정도로 어린 나이였지만, 분명하게 느꼈던 것은 비밀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만일 이 일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나는 비난받거나 더러운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그런 막연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믿을 수 있는 사람, 나를 보호해줄 어른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폭력이란 힘이 강한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통제와 화풀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이유도 설명도 없이 나에게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어떠한 저항도 폭력의 강도만 높일 뿐 무의미한 것이었다.
 
나는 열세 살을 살고 있는 서른여덟의 몸을 가진 괴물이 되어 있었지만, 세상은 내 고통과 상관없이 변하고 성장하고 있었다. 오직 나만 25년 전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25년 전의 나를 만나서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 그것은 네 잘못이 아니라고, 네가 도망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설령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더라도, 네가 강간당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오랫동안 혼자 두어서 미안하다고, 이제야 너를 만나러 왔다고,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성폭력은 나 자신이 몸으로 치환되는 경험이었으므로 나는 처절하게 몸과 정신을 분리시켰다. 내 정신은 항상 고차원적인 것을 추구하였지만, 성폭력을 경험한 내 몸은 학대했다. 전시회에 다니고 책을 읽고, 철학과 경제를 논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성폭력 기억이 나를 엄습한다거나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몸을 학대했다. 나는 내 몸을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고 날카로운 것으로 상처를 내면서 내 몸은 내가 아니라고 부정했다.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다. 성폭력 피해로 내가 상실한 것은 나의 본질이 아니었다. 내 안에는 빛나는 여러 자아가 있고, 성폭력 피해는 그 자아 중 일부에 생채기를 낸 것 뿐이다. 상처받은 자아에 가려 있던 빛나는 나의 자아들이 이제야 나에게 손을 내민다. 자신들은 항상 존재해왔다고, 내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나의 과정을 무사히 끝내고 조금씩 나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나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그리 자랑스러운 삶은 아닐지라도, 내 삶도 가치 있는 삶이 될 수 있다는 희망, 그리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 한 번도 꿈꾸어보지 못한 내일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만으로도 삶은 지속되어야 한다. 



소감 – 책을 읽다가 자꾸 앞으로 돌아와 이것이 소설인지 수기인지 확인해보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에 의문이 들면서, 나의 일도 아니건만 현실이 아닐거라고 부정하는 마음이 일어나고 있었다. 누구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도 나에게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이고. 그렇기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감정이고 이 수기가 더욱 더 무겁고 아프게 다가온다. 수기 중에 누군가의 어두움을 바라보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고 했는데 그 어두움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하고 머리가 아파왔다. 혼자 간직하고 있다간 더 마음이 답답해질 것 같아 친구와 이야기를 해보려는데 순간 누군가에게 이 수기를 이야기하는 것이 참 어렵다고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도 이렇게 망설임이 드는데 본인의 이야기를 책으로 풀어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민이 있었을까. 너무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웠을 그리고 지금도 아직 남아있는 그 순간과 감정들을 책으로 엮어낸 그 용기에 무한한 응원을 보내며 다른 사람에게도 꼭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료실_관련자료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이전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 – 04. 여성의 에너지 시스템
다음 여성이론 - (6) 섹스와 젠더: “섹스”도 알고 보면 “젠더”!
  • 목록 인쇄[새창열림]

빠른 이동 메뉴

quick
  • potal
  • 중앙도서관
  • E클래스
  • 학사정보
  • 장학정보
  • 증명서발급
  • 취업정보
글자화면확대화면축소top
아주대학교
  • 우)443-749 경기도 수원시 영동구 월드컵로 206 아주대학교 신학생회관 418호 TEL: 031-219-1744,1745
  • COPTRIGHT(C)2013 Ajou University. All Right Reserved.
  • 담당자에게 메일 보내기[새창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