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신입사원 연수서 성희롱 퀴즈
‘무관용 원칙’ 3명 모두 퇴사 조치
서지현 검사의 고백으로 시작된 검찰발 국내 ‘미투운동’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업 내 성희롱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이 글쓴이는 “신입사원 연수에서 게임을 했는데, 컴퓨터 그림판에 그림을 그리고 단어를 맞추는 것이었다”며 “문제는 ‘대물렌즈’였는데 그림 그리는 사람이 남자 성기와 렌즈를 그렸다”고 주장했다. 글쓴이가 첨부한 사진에는 ‘30cm’라고 표시된 남성의 성기와 안경 렌즈가 그려져 있었다. 여성의 가슴 형태와 삼각형 모양의 그림을 묘사한 사진도 있었다.
지난 16일 국내 30대 기업에 속하는 이 그룹의 신입사원 연수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게임에 참여한 출제자는 ‘대물렌즈’ 외에 ‘젖산’ ‘가슴앓이’ ‘쌍화점’ 등의 문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A그룹 관계자는 “교육과정 중 조 별로 ‘캐치마인드’를 하다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해당 문제를 내고 그린 신입사원 3명 모두 무관용 원칙대로 퇴사 조치했다”고 밝혔다. 캐치마인드는 출제자가 그림으로 특정 단어를 묘사하면 나머지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어떤 단어인지 맞추는 일종의 연상 게임이다.
실제로 이 그룹은 직장 내 성희롱과 성폭행 등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실시하며, 매년 전 직원을 상대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약 3000명의 신입사원이 있는 자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기까지 회사 차원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해당 글에는 출제자들을 비판하는 댓글이 주로 달렸다. “출제자는 퇴사처리 당할 만하다” “자기 딴에는 이번 기회에 빵 터지는 거 하나 보여주고 분위기 살리고 점수도 따야지 했겠지만 저런 사람이 나중에 차장 달고 부장 달면 성추행이나 일삼는 사람이 됐을 것” 등의 내용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번 일을 해고된 신입사원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물론 3명의 잘못이 없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그 자리에는 출제자뿐만 아니라 바로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끝날 때까지 지켜만 보고 있던 회사 관계자 및 직원들이 있었다. 그 중에는 그런 상황에서 수치심을 느꼈으면서도 겉으로는 웃을 수밖에 없었던 여성 직원들도 함께 있었다.
해당 글에 달린 댓글이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기업 연수원에 들어가면 교육 중간 조별로 저런 게임을 하면서 점수를 누적해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원래 조별로 하지만 기발한건 다 모였을 때 공유한다. 교육 담당자들은 웃기다고 저걸 띄웠을 거고, 저걸 본 사원 몇 명이 문제제기를 한 걸로 보인다. 담당 지도 선배와 저걸 그린 사람, 좋다고 웃으며 띄운 사람 모두의 잘못이다.”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bazzi@womennews.co.kr)
기사입력 2018-02-0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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