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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방조범이고, 그들이 가해자다
작성자 황진아 등록일 2018-03-12 조회수 3188

“크나큰 용기를 낸 서지현 검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분노한다, 하지만 놀랍지 않다

몰랐단 말인가. 간혹 검찰이나 법원에서는 성폭력과 성희롱이 없을 거라 믿는(검사나 판사는 피해자가 되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을 보는데 한국 사회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조직은 없다.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보고 들은 바도 그러하고, 일반 사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일어나는 일도 마찬가지다. 직장 내 성희롱(추행 포함) 그리고 그 후의 불리한 처우의 패턴은 거의 유사하다.

-피해당사자: 사건 당시 ‘얼어붙거나’, ‘환각을 경험하는 것’ 같다고 느낌.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 그리고 그 후 오랫동안 내 잘못이 아닌가 하는 자책으로 고통 받음.

-목격자: 제지하지 않고 침묵. 그 이후에도 침묵. 조직 내 피해자 따돌림에 동참.

-가해자: 사건 무마. 또는 피해자 입막음을 위해서 피해자를 고소하거나 불이익 처우(인사발령 등).

-가해자의 상급자와 조직: 가해자가 조직에 더 중요하다, 피해당사자의 문제 제기가 조직에 해가 된다고 판단.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에 나섬.

-반복된 성희롱 후 성폭력: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최초 성희롱/성폭력으로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음. 말하자면 성희롱/성폭력 피해가 한 건에 그치지 않고 참다 참다 문제제기하는 경우가 다수임. 언어적 성희롱, 신체적 성희롱(추행)에 이어 강간까지 진행되는 경우가 있음. 모 전직 검사님 표현으로는 이렇게 ‘간을 보는’ 검사들이 있다고.

그들이 방조범이다

추행이 상당 시간 지속되었다. 우리는 모두 장례식장에 가보지 않았던가. 신 벗고 올라가는 상갓집은, 문상객이 제 앞에 차려진 상 건너로, 맞은편에 앉은 사람이 그 옆 사람 허리에 손을 감으면 볼 수 있는/안 보려 해도 보이는 구조다. 그리고 그 이후의 행동, 손이 내려간다든지, 반복 동작을 취한다든지 하는 움직임도 감지할 수 있다. 목격자가 다수 있기 때문에 이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법무부 전 검찰국장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을 뿐, 그런 일이 없다고 ‘부인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목격하고도 바로 제지하지 않았던 동석 검사들, 그들이 성추행의 방조범이다. 가해자의 범죄가 용이하도록 하는 모든 행위가 방조행위기 때문이다. 그때 가해자로 지목된 자는 속으로 이러지 않았을까. ‘그래, 너희들은 보면서도 아무 말 못하지. 내가 장관 옆에 앉아서도, 그리고 상갓집에서도,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이야.’

그들이 가해자다

‘잘 나가는 남자 검사 앞길 가로막는 꽃뱀’이라는 피해자 책임론을 펼치는 검사들, 그들도 가해자다. 성추행 이후에 피해자에게 일어나는 2차 피해의 대표적인 유형이 허위소문 유포, 피해자 책임론 제기, 피해자를 조직 내에서 고립시키는 일이다.

보도에 따르면 벌써 검찰 내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고 한다. 인사 불만 때문이라는 둥, 피해검사가 업무능력이 없다는 둥. 진상규명과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런 말을 입에 올리는 검사 바로 그 사람, 그리고 그런 말이 나돌도록 방치하는 검찰 자체가 가해자다. 검찰이, 이런 발언들, 암암리에 유통되는 그러나 누구에게나 들리는 이런 소문을 막지 못한다면 이 사건 조사나 진상 규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검찰도 피해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에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다.

검찰 자체 조사?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글 올린 직후 검찰이 내놓은 공식 반응을 보라. JTBC 인터뷰 방송까지 나오고 이슈가 되자 검찰 발표에는 변화가 보이지만, 검찰의 솔직한 속내는 최초 반응에 가까울 것이라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8년 전 일을 왜 지금… 엉덩이 좀 만진 것 그런 걸 가지고… 통상적인 인사 발령이라니까…. 또 지금까지 검찰이 스폰서 검사 사건이나 검사 비위 사건에 대한 검찰 스스로 조사한 결과를 보라. 얼마나 맥 빠지는 결론을 내고 끝났었는지.

또 하나는 이 사건의 특수성과 관련된 이유다. 이 사건의 성추행은 직장 내 성희롱(신체적 성희롱)의 범주에도 들어온다. 직장 내 성희롱 후 불리한 처우와 직장 내 성폭력 후 불리한 처우는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가진다고 볼 때, 검찰이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후 인사상 불이익(불리한 처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능력이 있는가. 혹은 제대로 처리한 적이 있었던가.

나는 2014년 6월부터 유사한 사안(직장 내 성희롱 이후 피해자에게 불리한 조치를 한 회사)의 형사 고소 대리를 맡고 있다. 오늘 기준으로 3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검찰은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 기소 여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담당 근로감독관(특별사법경찰관)이 우리 의뢰인에게 사건 처리가 이렇게까지 지연되는 이유에 대해서 몇 차례 했던 말은 “검사님이 이 사건은 선례가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신다. 대검에서 연구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하신다”는 것이다. 같은 사안의 민사소송 1심, 2심, 3심 판결이 모두 나오기까지 검찰은 직장 내 성희롱 이후 인사 상 불이익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조차 못하고 있다. 담당자의 말을 믿는다면, 대검의 연구는 3년 7개월째 아직 안 끝난다는 것인데, 과연 이 사건이라고 신속하고 공정하게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비단 나의 의뢰인에게만 일어난 일은 아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요구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직장 내 성희롱 후 불리한 조치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단 2건이다.

대검은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모두 검찰 내 검사와 수사관으로 구성할 예정이라는데, 나는 기대가 없다.

프로불편러로서 하나 더

프로불편러이니 불평사항이 지엽적이다. 대통령께서 사건 이후 장차관 워크숍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 제기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단다. 정확한 지적이다.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씀과 함께. ‘가장 그래서는 안되는 검찰’ 정도 표현이라면 모를까. 검찰이 그렇다는 걸 몰랐다는 말인가. 행정부 최고 수반으로서 검찰 조직의 위신을 세워야 하는 대통령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좀 더 섬세한 표현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도 법조인 출신이므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편으로, 탁현민 행정관의 과거 언행이 법적으로 문제없으므로 행정관 직무 수행에 문제가 없다고 방어하는 청와대이니, 혹여나 검찰 조직문화의 문제 자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닐까.

일상화된 성희롱, 성차별과 여성혐오 발언, 성희롱과 성폭력을 목격하고도 침묵하는 조직의 방관자들, 그 문제와 이 문제가 실은 다르지 않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마지막으로 서지현 검사님께

아마 이제부터 시작일 것입니다. 검찰 밖에서 제가 만난 의뢰인들의 경우 최초의 공식적인 문제 제기 이후에 더한 불이익 처우를 받거나, 조직 내에서 더 심하게 고립되기도 합니다. 검찰이 진상규명하겠다고 하여도 상황은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해자를 조직에서 일단 징계하고, 그 후에 문제 제기한 피해자에게 더 철저하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조직을 저는 봅니다. 그런 조직 안에서도 몇 년간 싸우는 당사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검찰 밖에는, 검사님을 지지하기 위해서 검찰 밖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검찰 밖의 사람들을 생각하시며 힘들더라도 부디 검찰 안에서 버텨 내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차혜령 변호사가 1월 31일 페이스북에 쓴 글을 다듬은 글입니다. 외부 기고문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견은 lhn21@womennews.co.kr 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사입력 2018-02-01 20:5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310&aid=0000063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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