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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떤 8년을 만든 사람인가
작성자 황진아 등록일 2018-03-27 조회수 2628
검찰조직의 남성들이라고 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비껴가서 성장했겠는가. 대한민국 어딜 가나 여성은 성폭력에 노출되거나 이를 비호하려는 권력과 마주한다. 그러니 당연한 소리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피해자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이 상식적인 말을 하면서도 당사자는 울컥거림을 참느라 이를 악물었다. 그만큼 비상식의 세상이었다. 기존의 판을 바꾸려면 먼저 8년이나 피해자가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그 문화를 바로 우리가 만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가해자를 괴물로 규정하면 마음은 편하겠으나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내 삶 안에서 괴물을 키우는 순간들이 얼마나 잦았는지를 짚어야만 큰 물줄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누구나 생각 없이 내뱉는 말인 ‘남자라서 노는 게 다르다’ ‘남자들은 좀 화끈한 면이 있지’ 등의 표현에 노출된 남자들은 정말로 그렇게 논다. 여기에 익숙해지길 거부할 때 등장하는 ‘남자가 소심하게 왜 그래?’ ‘남자는 그래도 괜찮다’ 등의 말들이 남성우월주의자들의 전유물도 아니다. ‘쪼잔하다’는 표현을 자연스레 남성과 연결시켜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나쁜 습관들에 노출된 남자들은 누구나 ‘총각딱지 뗐니? 뗄래?’ 등의 말들을 듣거나 하게 되며 이와 비례하여 여자를 우습게 여긴다. 특히 아무나 건드리지 못하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죄의식이 흐려지니 유흥업소에서나 하던 버릇을 장례식장에서조차 감추지 못한다. 

피해자의 자기 탓도 우리 때문이다. 누구나 ‘조신하다’는 말을 여성과 결합시켜 사용한다. ‘여자가 왜 이리 칠칠맞지 못하냐’는 말을 일상에서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여성은 화장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현실에서 세상의 눈치를 봐야 하고 ‘여자라면 평생 다이어트죠’라는 광고에 노출된 채 직업불문 직장의 꽃이 되어 버티다가 한순간에 꺾인다. 문제 제기를 한들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건 인지상정’이라는 답만 메아리치는 사회에서 여성들은 스스로의 부족을 탓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서 8년이나 필요했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뱉었던 말들 때문이다.

하지만 이 8년에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도 판의 변화를 위해 중요한 일이다. 그나마 8년을 넘기지 않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10년부터의 8년은 그 이전의 8년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 기간 옳은 선택들을 하고 틀린 말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갔다. 사람들은 ‘젠더’라는 단어의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대학 강의평가에서 성희롱 발언을 했는지를 묻는 문항이 등장했고 업무의 연장이라는 회식이 싫다는 사람이 늘어났다. 경력단절을 ‘엄마라면 당연한 선택’처럼 포장하지 않고 말 그대로 경력이 단절된 비관적인 것으로 보는 분위기도 늘어났다. 여성은 누구를 위한 존재가 아니라는 당연한 이치가 조금씩 수면 위로 올라왔다.

무엇보다 여성들은 부당함에 항의했다. 책을 읽고 실천했다. 그 여성들을 보고 생각을 고쳐나가는 남자들도 하나둘 생겼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전통과 문화가 아니라 상식을 선택했다. 주변에서는 “예민해졌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사회 ‘생활’이 아니라 ‘사회’의 미래를 걱정한 사람들 덕택에 누군가는 어렵게 용기를 냈다. 유별난 사람들이 더 많았더라면 8년이나 걸리진 않았을 것이다. 당신은 어떤 8년을 만든 사람인가? 8년을 유지시켰던 사람인가? 아니면 8년의 벽을 깬 사람인가?

세상은 사람이 만든다. 사회가 좋아지든 나빠지든 이는 사람들의 선택이 모인 결과다. 우리에게 익숙한 오늘이 누군가를 아프게 할 미래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래서 늘 옳은 선택을 해야 한다. 최근의 변화를 보고 농담도 못하냐면서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군가를 아프게 할 그런 농담을 살아생전에 안 하게 되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해야 마땅하다.

<오찬호 | 작가·<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저자>

기사입력 2018-02-18 20:5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32&aid=000285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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