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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침묵의 공모자들, 연극계를 성범죄 늪에 빠뜨렸다
작성자 황진아 등록일 2018-03-27 조회수 2732
[한겨레] 연극계 호령하던 이윤택 “부끄럽고 참담”

성폭력 폭로 뒤 닷새만에 사죄

성폭행은 부인했지만 ‘실명 폭로’ 터져나와 

피해자 “감옥갈 준비하라” 분개

연출자 입김 막강한 폐쇄구조

한번 찍히면 무대 접근 어려워

성범죄 되풀이돼도 주변선 방관

성폭력 둔감한 분위기도 한몫



몰락의 순간도 한편의 연극 같았다. ‘거장’ ‘문화 게릴라’라고 불리며 대한민국 연극계를 대표하던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은 19일 오전 서울 명륜동의 30스튜디오 무대에 섰다. 연극생활 수십년 동안 받아왔던 조명 가운데 가장 강렬한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폭발적인 카메라 세례는 그의 연극인생이 끝나는 순간을 비출 뿐이었다. ▶관련기사 12·19면

연이은 성추행 폭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윤택 전 예술감독은 이날 공개 사과했다. 그는 “그동안 저에게 피해를 입은 당사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부끄럽고 참담하다”며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극단 ‘미인’ 김수희 대표가 이 전 감독한테 ‘안마’를 빙자한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밝힌 데 이어, 17일엔 배우 김보리(가명)가 2001년,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성폭행까지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졌다. 

그는 ‘안마’ 등 성추행 사실은 인정했으나 성폭행은 부인했다.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아니다.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차라리 법적 절차에 따라서 그 진실이 밝혀지길 바란다. 공소시효가 지났다면 다른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법의 심판을 받고 싶다”고 억울함을 강조했다. 그가 부인하자 이 전 감독에게 성폭행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낙태를 한 것으로 알려진 한 피해자는 기자회견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2005년 임신을 했고, 조용히 낙태를 했다. 낙태 사실을 아신 선생님께선 제게 200만원인가를 건네시며 미안하단 말씀을 하셨다. 이후 얼마간은 절 건드리지 않으셨지만 그 사건이 잊혀져갈 때쯤 또다시 절 성폭행하시기 시작했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 전 감독은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성폭력당한) 피해자를 몇명으로 파악하느냐는 질문에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설유진 극단 907 대표는 “‘성폭행이 아닌 합의하의 성관계’라는 (이윤택의) 주장은 본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온 수십년의 세월을 반증한다”고 말했다. 이름을 알리지 말아 달라는 한 연출자도 “위압이나 폭력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서 성폭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이윤택이 가진 권력과 입지만으로도 피해 당사자에게는 폭력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추행이 연극계의 관행처럼 이뤄져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충격파가 크다. 이 전 감독은 자신의 추행을 “관습”이라고 표현하며 “극단 내에서 18년 가까이 진행된, 생활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라고 생각한다. 정작 어떤 때는 이게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어떤 때는 죄의식을 가지면서도 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 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전 감독에 대한 고발이 시작된 뒤 연극계에서는 그에 버금가는 권위있는 연출자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또 다른 글이 에스엔에스에 올라왔고, 유명 배우 출신의 제작자한테 성추행을 당했다는 고백도 이어지는 등 ‘권력자’들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 전 감독이 20년 가까이 지속적인 성폭력을 공공연히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주로 극단 단위로 운영되는 연극계의 폐쇄적인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극평론가는 “연극배우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극단에 들어가 청소 등 밑바닥부터 시작해 무대에 오른다. 연희단거리패에서 이윤택한테 찍히면 무대에 오를 수도 없고, 극단을 나와야 할 수도 있다”며 성폭력 문제가 발생해도 문제 제기를 하기 힘든 상명하복식 소통 구조를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 15분 전, 이 전 감독이 국립극장 예술감독을 맡았을 당시 발성 연습을 핑계로 연습실에 남겨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을 에스엔에스에 폭로한 이승비 배우는 “당시 남자친구가 그 공연의 코러스였는데 그 친구 역시 연희단거리패였기에 (성추행 사실을 듣고도) 묵인했다”고 했다. 

연극계가 힘있는 연출자 한 사람에게 절대적인 권력을 몰아주는 피라미드 구조라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익명을 원한 한 연출자는 “혹 해당 극단을 나오더라도 이윤택처럼 힘있는 연출가가 입김을 불어넣으면 다른 극단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오디션을 보더라도 출연을 못 하는 일이 흔하다”고 말했다. 

공연을 준비하다 보면 장기간 공동 생활을 하며 구성원들이 거리낌 없이 어우러지는 분위기에서 연극인들 스스로 ‘예술’이라는 이름 아래 이뤄지는 범죄를 인지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우 김보리는 18일 밤 두번째로 올린 글에서 “이윤택은 저에게 연기를 가르쳐 준 선생님이자 제가 다녔던 대학교의 교수님이기도 했다. 단순한 연출자가 아닌 선생님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감히 쉽게 폭로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힘있는 연출자에게 찍히면 연극계에서 생존할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일부는 방관자가 되거나 성추행의 공모자가 되기도 한다. 성폭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도 흐지부지 끝나면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다. 이전에도 이 전 감독의 성추행에 대해 극단 단원 일부가 항의하기는 했지만,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나도 안마를 한 적은 있지만 성추행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성폭력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고 ‘예술적인 선생님’이라는 생각이 강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 같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처음으로 이 전 감독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자수를 한 셈이다. 우리는 다음 수순을 밟는다. 감옥 갈 준비 하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이날 한국극작가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등 주요 연극단체는 이 전 감독을 영구 제명했고, 연희단거리패는 해체를 선언했다. 연희단거리패의 터전이었던 밀양연극촌도 문을 닫기로 했다. 박상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는 이번 사태가 “블랙리스트 이상으로 예술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기사입력 2018-02-19 19:41 최종수정 2018-02-21 16:36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8&aid=0002399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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