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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위한 법, 있지만 없다
작성자 황진아 등록일 2018-04-04 조회수 2631

ㆍ피해자 인정하면서도 가해자를 ‘혐의 없다’ 처분하는 법



박지영씨(가명)는 2013년 알고 지내던 시인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가해자가 건네준 술을 마신 후 강제추행을 하려는 그에게 저항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깨어났을 때 박씨는 차가운 바닥에 혼자 누워 있었다. 박씨에게 그 일은 지워질 수 없는 ‘불가역적 사실’이다. 하지만 사법적으로 그 사건은 있었던 것도, 없었던 것도 아니다.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박씨는 3년 뒤에 성폭력(강간·강제추행) 공소시효가 10년으로 연장됐다는 걸 알게 됐다. 2016년 가해자를 고소했다. 당시 문화예술계 성폭력 폭로가 해시태그를 달고 쏟아지기 직전이었다. ‘#문단_내_성폭력’ 폭로 운동에 그도 동참했다. 하지만 성폭력 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은 “피해자가 맞다. 그러나 100% 증거에 들어맞지 않는다”며 ‘증거불충분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가해자가 박씨에게 역고소를 한 무고죄와 명예훼손에 대해선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검찰의 불기소 이후 가해자가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은 현재 진행 중이다. 

박씨는 성폭력 가해자를 고발했지만,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의 폭로는 무고도 명예훼손도 아니다. 성폭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처벌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하나의 성폭력 사건에 내려진 사법적 결론들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 수사·재판 기관이 성폭력의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폭력 범죄의 경찰 신고율은 1.9%(2016년 여성가족부 성폭력 실태조사)에 불과하다. 성폭력 피해를 범죄 피해가 아니라 부끄럽고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기는 인식,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의심, 수사 및 재판 과정의 2차 피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어렵게 신고한 성폭력 사건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되는 경우는 36.11%로 전체 범죄 비율 25.47%(2016년)보다 높다. 한국의 성폭력 사건 수사와 처벌은 엄정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성폭력 관련 법과 제도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을 피해자 관점에서 살펴봤다. 

▶있다

피해자를 ‘꽃뱀’으로 만드는 역고소

“성폭력 피해자가 침묵하지 않기로 결심한 순간 무고 위협은 시작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펴낸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에 나오는 말이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을 신고하거나 폭로하는 순간 역고소를 당하는 일이 잦다. 현재 성폭력 폭로로 머리를 숙인 ‘가해자들’ 또한 사건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잦아든 후 역고소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폭력 역고소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무고로 고소하는 경우,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뜻한다. 

박씨는 ‘성폭력 역고소 3종 세트’를 모두 당했다. 가해자는 무고와 함께 박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폭로한 내용을 들어 7가지 항목으로 각각 명예훼손 고소를 했다. 형사사건은 무혐의가 났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결론이 나지 않았다. 박씨는 “피해자로 조사를 받을 때도 마찬가지지만 피의자로 조사를 받으면 엄청나게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하도록 협박하거나 더 이상의 문제제기를 못하도록 위협하는 수단으로 역고소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내서’는 “가해자가 무고죄로 피해자를 고소하면서 얻는 순이익은 자신의 무죄가 아니라, 피해자를 향한 집단적 ‘의심’과 이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이라고 말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또한 피해자들을 위협한다. 현행법은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명예훼손을 인정해 처벌하고 있다. 

역고소는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뒤바꾼다. 김재희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 입증은 어려운 반면, SNS 등을 통한 폭로는 증거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성폭력이 사건화됐을 때 성폭력 피해자가 오히려 피의자 신분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럴 경우 쌍방 기소유예나 합의로 끝나든지 성폭력 사건의 본질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처벌하는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외에서도 명예훼손 처벌을 폐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뉴욕, 캘리포니아주에서 명예훼손 처벌 조항이 위헌 처분되거나 폐기되고 있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했다. ‘미투’ 운동에 불씨를 지핀 서지현 검사는 성폭력 폭로 때문에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할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 소송으로 다퉈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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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 포인트

‘무혐의’가 곧 ‘무죄’는 아니다 = 국제경찰청장협회(IACP)는 ‘허위신고’와 ‘성폭력이 일어났음을 증명하는 데 실패한 조사’를 혼동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성폭력 신고가 허위라는 판명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범죄가 저질러지거나 시도되지 않았다는 증거가 명백할 때만 성립될 수 있다고 말한다. 성폭력 입증에 실패한 조사는 ‘무죄’가 아니라 ‘입증되지 않음’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공익을 위해서라면 위법성 조각사유가 인정된다 = 공개한 내용이 사실이고, 공익성이 인정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지 않는다. 대법원은 대학 교수가 자신의 성추행을 폭로한 여성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공익성이 인정되고 강제추행을 저질러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했다.



▶있다

수사기관의 2차 가해

“술은 왜 마셨냐. 사람을 왜 믿느냐. 다음엔 사건이 생기면 바로 신고하라.” 박씨가 성폭력 사건이 있은 후 3년 뒤 고소했을 때 경찰에서 들은 말이다.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사의 반응은 더했다. 오히려 “(내가 당신을) 무고죄로 고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리 세대는 그런 건(강제추행) 그냥 참고 넘기지 않았냐” “성폭력을 당하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가해자에게 하지 말라고 하면 안 한다. 앞으로 스스로 자신을 지켜라”라고도 했다. 

사건이 불기소 처분된 후 박씨는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사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로 진정을 넣었다. 인권위는 최근 해당 검사에게 성폭력 피해자 조사 관련 직무교육을 받으라는 권고 결정을 내렸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해 11월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이라는 캠페인을 SNS에서 진행했다. 대부분 가정폭력·성폭력 등 범죄를 신고한 후 경험한 ‘경찰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한 증언이었다. 사례집에는 성폭행을 신고한 여성에게 “남자랑 술 마셨네요? 다섯 시간을 같이 있었네. 이러면 위에서도 안 해줘요. 본인이 술 마시러 갔고, 귀책사유가 있잖아”라고 말했다는 사례,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에게 “조심 좀 하지 그랬냐”고 말한 사례들이 포함됐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12년 상담통계를 보면 성폭력 고소를 한 피해자 25%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2차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수사기관의 2차 가해는 낮은 성폭력 신고율의 원인이 된다. 




▶없다

Yes means yes” 적극적 동의 법안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는 성폭행일까 아닐까. 동의하지 않은 성관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이므로 성폭행에 해당할 것 같다. 하지만 사법부의 판단은 다르다. 최근 유명 배우를 성폭력으로 고소했다 무고죄로 기소된 ㄱ씨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있었다. 1심에서 선고한 무죄를 파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한 재판부는 “성관계가 내심에 반해 이뤄진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강압적 수단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였지만 ‘강간’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현행법이 폭행과 협박이 수반된 경우만 강간으로 인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극도로 저항하면 강간은 불가능하다는 ‘정조’ 관념에 기반한 것일뿐더러, 성폭력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로 판단하는 판례와 ‘동의하지 않은 성적 행위는 성폭력’이라는 상식에 반하는 것”이라고 논평했다. 

송란희 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국민들은 이미 성폭력의 범위를 법원보다 훨씬 폭넓게 인식하고 있다”며 “실제 피해자들에겐 내심에 반하는 성관계가 강간 아닌가”라고 말했다. 성폭력은 가까운 관계에서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이용해 벌어져 겉으로 드러나는 폭행과 협박이 없는 경우가 많다.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연출가 이윤택 등의 성폭력의 경우 폭행과 협박은 없었다. 형법 조항에 따르면 이는 성폭력이 아닌 셈이다. 

이선경 변호사는 “폭행·협박을 수반한 강간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반하지만 물리적 폭행·협박은 없었던 강제적 성교 사이에 매우 광범위한 공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어느 정도 저항을 했는지가 강간죄 성립 여부에 중요한 기준이 되고 적극적으로 저항한 것을 입증하지 못한 여성은 ‘동의’한 것으로 간주돼 고소의 진의를 의심받는다”고 덧붙였다. 

여성계에서는 강간죄 구성 요건을 ‘저항’에서 ‘동의’로 옮기기 위해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서구에서는 ‘동의’ 여부를 성폭력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독일에서는 2016년 쾰른 광장에서 일어난 집단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들이 저항을 해야만 성범죄가 증명된다는 것에 반대하며 ‘#NeinHeisstNein’(Nomeans No) 캠페인이 벌어졌다. 그 결과 법이 개정됐다. 피해자의 물리적·언어적 의사 표현 모두를 참작해 “싫다”고 말한 것이 인정되면 원칙적으로 동의 의사가 없는 강간임을 의미하게 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한발 더 나아가 ‘적극적 동의’를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았다. 성폭행 사건을 조사할 때 “확실한 ‘예스’가 있을 때만 성관계를 응낙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원칙을 적용키로 한 것이다. 침묵이나 소극적 저항, 술에 취한 상태 등 불명확한 의사 표현을 ‘합의한 성관계’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사와 재판은 ‘저항’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 입증 책임을 피해자에게 지웠다. 하지만 ‘동의’가 성폭력 판단 기준이 된다면 이제 입증 책임은 가해자에게로 옮겨간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적극적 동의’가 있었음을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처벌 여부가 전적으로 피해자 의사에 좌우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체크 포인트

Yes means yes” = 기존에 성폭력을 판단할 때 피해자의 ‘싫다(No)’를 ‘좋다(Yes)’로 해석해오던 것에 반대해 ‘싫다면 싫다(No means no)’는 것으로 해석하라는 운동을 확대한 것. 미국 캘리포니아주 내 대학 캠퍼스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성폭력 판단에 피해자의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나온 슬로건이다. 캐나다에서는 2016년 데이트 강간으로 기소된 무스타파 우루야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내리며 ‘적극적 합의’를 기준으로 내세웠다. 마빈 주커 판사는 “적극적 합의란 성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적극적이고, 의식적이며, 자발적인 동의”라며 침묵이나 저항 없음을 동의로 해석해선 안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당시 ‘혁명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파기환송됐다.



▶없다

피해자 성이력 증거사용 금지

“성경험이 있었는지 여부가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준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은 성폭력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다.”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 재판 중 판사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성폭력 재판 모니터링 보고서’에 수록돼 있다. 이처럼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해당 사건과는 무관한 피해자의 성이력(성경험, 평판, 성폭력 고소 또는 성매매 관련 기록)을 검사와 판사가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가해자 측 변호인들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 위해 피해자들의 성이력을 추궁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성폭력특별법 개정안에는 성폭력 피해자의 성이력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포함돼 있다. 미국의 강간피해자보호법은 성폭력 피해자의 과거 성이력을 증거로 채택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2003년 ‘강간 피해 고소 여성의 성관계 이력의 증거 사용 제한’이라는 논문에서 강간 피해 고소인의 성이력 증거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기사입력 2018-02-24 06:0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85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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